이 시대(時代)의 아버지
아버지는 없는 세상(世上)인 듯합니다.
아들이고 딸이고 다들 세상(世上)에서 우리 엄마만큼 고생(苦生)한 사람 없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 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느라 묵묵(默默)히 집안에 울타리와 담이 되였고.... 새벽 같이 일터로 나가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느라. 윗사람 눈치보며 아랫사람에게 치밀리면서 오로지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 같은 자식(子息)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일에 일신(一身)을 다 받쳐 오지 않으셨나요? 흐뭇하고 여우 같은 마누라 곱게 치장(治粧) 시키는 재미에 내 몸 부서지는 것은 생각 않고 열심(熱心)히 일만 하며 살아오지 않으셨나요? 봉투(封套)라도 내 밀며 마누라 앞에 폼이라도 잡으며 위세(威勢)라도 떨었건만 이젠 그나마 통장(通帳)으로 깡그리 입금(入金)되여 죽자고 일만 했지 돈은 구경도 못해 보고 마누라에게 받은 용돈이 부족(不足)하여 갖은 애교(愛嬌) 로 용돈 받아가며 살았습니다.
세탁기(洗濯機)에 밸밸 꼬인 빨래 꺼내어 너는 일도 청소기(淸掃機)돌리는 일도 분리수거(分離收去)하는 날 맞춰 쓰레기 버리는 일도 다 아버지 당신(當身)의 몫이었습니다. 아버지들이 참 불쌍합니다. 결혼하고 당신(當身)을 위해선 돈도 시간(時間)도 투자(投資)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옷을 사치(奢侈)스럽게 사 입는 것도 아니고 오르지 일터만 오고 가십니다. 집만 지키는 아버지를 어머닌 삼식(三食)이라며 힘들어 하고 딸들은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여행(旅行)도 다니시고 그러라지만
나가면 조금의 돈이라도 낭비(浪費) 할까봐 그저 집이나 동네에서 것도 젊어서 해 봤어야지요. 집 나와 봐야 갈 곳도 없어 공원(公園)만 어슬렁 거립니다. 집에 들어 앉았는 것이 마음이 편(便)합니다. 시대(時代)의 흐름이라지만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라도 당신(當身)을 위해서 사십시오. 이 세상(世上) 아버지들에게 감사패(感謝牌)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