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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의 봄 - 영화가 끝난 후

누아띠할멈 2022. 3. 20. 04:26


시네마의 봄 - 영화가 끝난 후





시네마 봄 / 박이화


영화 '취화선'이 칸 영화제에서
국제적 조명을 받던 날

우리 집 정원의 모란은
어느 새 봄 날의 스크린 밖으로

조용히 떠나 가고 없었지

그래 자고로
여배우란 인기 절정의 순간에

화려하게
떠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지난 날 추억의 벚꽃처럼
뜨거운 봄날의 앵콜을 뒤로 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 질 수 있어야 하는 거야

그걸 잘 아는 모란은
너무도 잘 아는 우리 집 모란은

그래서,

저 황홀한 5월의 절정 속에서
미련없이 은막을 떠난 거구나

왕년에 어땠는 지 몰라도

지금은 스캔들과
요란한 화장술로 시선 끄는

그런 한물간 육체파 여배우가
되기 싫어서!


○ 출처:박이화 시집'그리운 연어'
(2006년 애지)
○ 음악 : A time for us Romeo and Juliet
(로미오와줄리엣)
○ 편집 : 송 운(松韻)
○ 출처 : 송 운(松韻)사랑방 카페





박 이화



내 이름은 예명입니다.

시를 쓸 때만 쓰는 이름이니
필명이란 말이 더 맞겠군요.

살면서 이름 하나 더 갖는 일이
얼마나 흥분되고 짜릿한 일인지

모르는 분은 아마 모르실 거예요

아내 몰래 젊은 애인을 두는 것이
바로 이런 기분 일까요?

그래서 나는

조강지처 같은 본명을 두고
애첩처럼 나긋한

예명을 가졌습니다

이렇듯 내가 본명 따로
예명 따로 딴 살림 차린 것을

다른 문인들은 알까요?

본처와 애첩 사이를 오가 듯
본명과 예명을 오가며 사는

나의 이 황홀한 불륜에 대해
어디까지, 어떻게 소문 났을까요?

그러나

나의 이 아름다운 비밀도
언젠가는 탄로 나겠지요?

피 할 수 없는
처첩 간의 불화처럼

결국
어느 한 쪽을 잃거나

둘 다 파탄으로
끝날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손금 보듯 훤히 알면서도

사랑이라면
피해 가지도 거역 하지도 못한 채

도리어

온갖 그리움만 자초하며 사는 나는
이래서 역시 시인 인가 봅니다


본명 기향(己香)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효성 여대 국문과 졸업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경운대학교 대학원 사회체육과 졸업
시집『그리운 연어』『흐드러지다』





영화가 끝난 후 / 박이화


일 년을 기다려

고작 사 나흘도 채 안 되는
생을 만개하고

한 순간 사라지는
벚 꽃의 뒷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다

빛 바랜 추억이 있다면
환등기처럼 환하고

눈부신 봄 날의
저 분분한 낙화와 같을 게다

벚 꽃처럼 피었다
벚 꽃처럼 흩날리는 한 때 처럼

사랑 역시 탄성으로 피었다
탄식으로 시드는 한 때 일 테지만

정작 문제는 그 다음 일이다

영화가 끝난 후
가슴 오래 먹먹했던 여운처럼

감동은 늘 그렇 듯
뒤에 남아 있는 것이어서

저 벚 꽃 다 지고 나야
비로소 완연한 봄인 것이다

스크린 속
어룽어룽 사라 지는 자막처럼

허공 속 저 벚 꽃 다 지고 나야
비로소






옮겨온 곳 : 행복 나눔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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